삽질의 위대함



내가 국민학교 다닐때(나는 분명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삽이라는 것에 대해서 처음으로 들은 충격적인 단어는 바로


"삽질하구있네!" 였다.


이 한줄의 말에 심오한 뜻이 있는 줄은 그때 난 진정 몰랐었다.( --; )

처음에는 그냥 단순히 쓸데없는 짓을 하는 상대방을 조롱하기 위한 한방 인줄 알았다.


이 줄 앞에 하나의 단어를 추가함으로써, 훨씬 강력해 진다. 그것은 바로 "병신" 이다.


"병신, 삽질하구 있네!"


이를 발전 시켜서 궁극의 병기로 전환하면, "빙신, 삽질하구 있네!" 다.


이 문장 하나로 인하여 그 시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고, 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좌절 했던가......


이 문장이 유행하던 시기에 맞춰서 거 뭣이냐, 가수 김수철이 폴짝폴짝 뛰면서 삽집을 해대는 댄스를 구사함으로써, 말없이 댄스 하나로 상대방을 조롱할 수 있었으니, 그에게 감사할 따름이라...


세월은 흘러 삽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극에 달하던 때는 바햐으로 대한민국 남성들의 공통 관심사인 군대다.


이런 문제가 있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1번 총, 2번 삽. 당연히 답은 2번이다. 만일 1번이라고 답을 하는 사람은 면제거나, 여자임에 분명하다.


여하튼, 군에서 들리는 삽에 대한 유명한 명언들이 많은데, 특히 유명한 것은


"삽 한자루면 산도 옮긴다."


"제대할려면 삽 열자루는 써서 없애야 한다."


등등 수없이 많다. 삽과 매일 매일을 보내면서, 국민학교때 들었던, 삽질하구 있네가 혹시 군대에서 발생되어 국민학생에게 까지 전파된 것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제대와 동시에 삽을 보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삽질이 멈춘것은 아니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연일 계속되는 삽질에 대단히 수고가 많은 상태다.


언젠가 외국의 유명한 개발자가 방한했을 때, 우리나라 개발자가 "삽질을 피할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질문을 했는데, 문제는 통역관이 그 질문을 어떻게 옮겨야할지 고민했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외국은 진정 삽질이 없단 말인가? 똑같이, 아니 더 열심히 일하고도 그들은 일이고, 우리는 정말 삽질이기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배, 3배씩 차이가 나는건 아닌가 하고 나름대로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IMF는 삽질 때문에 온것인가......


그러나, 회사든 군대든 바로 그 삽질 때문에 돌아가고 있는것은 분명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삽질하라구 월급준다구......


사실 삽질하는 당사자는 무지하게 피곤하다. 그러나, 옆에서 보고 있으면 바로 욕이 튀어나오는데 "빙신, 삽질하구 있네!" 를 토해 냄으로써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누가 뭐래도 우리는 삽집의 위대함에, 개발자들은 더더욱 삽질의 위대함을 숭배하는 것 같다.


직급이 올라갈 수록,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도 모두 다 삽질이었다는 것을 좀더 많이 알게 될 뿐이지, 사실은 매일 매일 온갖 종류의 삽질이 동원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삽질은 지금도 계속되구 있다. 그리고, 세상은 바로 그 삽질에 의해서 돌아간다.


지금 이런 글을 쓰는 나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이나 또다른 "삽질"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출처 : 자작

- 최초 작성일 : 2003년 11월 3일

- 최종 수정일 : 2014년 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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