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사들에게 기대해 본다.



벤쳐붐이 일면서 가장 많이 생긴 직책이 바로 팀장, 실장이라는 직책이 아닐까?


한때 우스게 소리로 강남에서 신입사원이 실장님! 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 본 사람만도 10명은 족히 되더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직급 인플레이션 현상은 최근 몇년 사이에 비단 팀장, 실장 뿐아니라 대리나 과장급에서도 일어났다. 2~3년차 대리들도 수두룩하고, 과장이래봐야 달랑 5년경력도 안되는 사람들이 있기도하다.


정말로 이런 사람들이 능력이 있어서 과장, 실장을 단기간에 올라섰다면야 더 바랄게 없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벤처붐일때에 회사에서는 개발자들 대우는 해줘야 겠고, 월급만 마냥 올려줄 수 없어서 직위를 올려버리는 이러한 직급 인플레이션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회사의 직위를 회사 맘대로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가 되냐고 하겠지만, 문제는 각 직급에 맞는 역할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거나 고민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급이나 직책만 올라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볼까? 팀장을 예로 들어보자. 팀제도가 도입되었던 것은 팀 내부에서 인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때, 인사팀 합의 없이도 유동적으로 인원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럴 정도 인원을 관리하려면 달랑 3,4명을 팀이라고 부르기에는 원래 의미가 무색하다.


팀장이라는 직책도 그냥 프로젝트만을 잘 진행하기 위한 직책이 아니라 팀 내부 인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줄 아는 능력을 겸비해야만 하고, 팀원에 대한 마음관리도 할줄 알아야 하고, 팀원 개개인의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해주고 키워줄수 있어야 한다.


그나마 팀장급은 그래도 사정이 좋다고 해야할까? 팀장은 이사에게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1년후, 5년후의 회사의 방향과 그에 맞는 기술의 역할을 고민해주는 이사급이 존재한다. 기술의 내일을 고민한다는 말인데, 과연 작은 회사에서 실장이나 이사들이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대기업에서는 상급자에 대한 롤모델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사급은 거의 30년가까이 직장생활하신 분들의 경력에서 묻어나오는 연륜이 그 모델이 되어서 팀장들이 이를 모방해가면서 자기에 맞는 역할을 만들어 가고 그 밑에 파트장들은 팀장으로 모델로 삼고 .......


그러나, 작은 개발조직의 이사로 있는 사람들의 경력이 10년도 못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어떤 회사든 개발자들의 최종 모델이 되는 것이 개발담당이사, 실장인데, 이런 사람들이 그런 모델이나 비전을 제시해 줄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문제에 대해 고민이라도 하는 이사들이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개발자들은 월급이나 연봉에 우선하는 것이 성취감이다.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비전이 있을때 적은 연봉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내일이 있기 때문인데, 이제는 이 내일을 보여주는 이사들이 몇 안된다는 사실 때문에 결국은 개발조직이 흔들리게 된다.


즉, 개발자들의 내일을 위해서 고민해주는 이사들이 부족하다 보니, 기술적으로 성숙해지는 5년차가 넘는 시점부터 개발자들은 술렁인다. 나는 도대체 이제부터 뭘해야 하는건가? 이렇게 사는게 맞나? 나이는 먹어가고 해놓은건 없고......


이사들 연봉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비전을 만들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팀장들과 협의해서 꿈을 이뤄가는 것. 단순히 프로젝트를 끌고 가는 것들은 팀장급에게 맡기자. 대신 밖으로 돌면서 정치를 해도 좋고, 신기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가지고 계신 인맥들을 찾아다니시는 것도 좋다.


팀장이 하는 일에 숟가락 하나 더 놔서 팀장하고 싸우지 말아 달라. 대신 더 큰 그림을 그려 달라는 말이다. 모든 개발자들의 공통된 고민들을 하나씩 하나씩 같이 해결해나가자는 말이다.


산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지도! 비록 그 갈길이 멀고 험할지라도 우리가 지도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헤쳐갈 수 있다. 삽질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


이사님들! 우리에게 지도가 되어달라!


- 출처 : 자작

- 최초 작성일 : 2004년 7월 5일

- 최종 수정일 : 2014년 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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