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그다음은?



앞에서 본인은 개발자의 비전에 대해서 치킨집( 이전글 보기 )이라고..., 그 답은 자신이 찾아야 한다고 했다.


우화적인 표현보다 좀더 진지한 관점에서 본인이 현재 느끼고 있는 진짜 개발자의 비전이랄까? 이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아직 10년차밖에 안되서 수준이 낮을 수 있으니 이점을 고려해서 ......


사실 개발자의 이전 세대에서는 코더(Coder)라는 말이 있었다. 단순히 설계자의 설계대로 코딩만을 수행해주는 일종의 노다가 직업을 일컫는 말이 바로 코더였다. 지금은 코더보다는 뭔가 있어 보이는 개발자(Developer)라는 직업으로 명칭이 조금 바뀌었다.


코더는 단순작업자지만, 개발자라는 의미에는 개인의 의지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보유한 직업을 말한다. 이를 좀더 발전시킨 개념의 엔지니어(Engineer)라는 말도 사용하는데 이에는 좀더 공학적인 기반을 가진 전문가라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요새는 이 엔지니어보다 진보한 아키텍트(Architect)라는 단어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 이는 엔지니어의 전문직을 보다 고차원적인 부분에 대하여 시스템의 방향을 결정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직급이다. 빌게이츠가 바로 이 최고아키텍트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


전에 미국기사를 하나 본적이 있는데, 내용은 소프트웨어의 위기(Software Crisis)에 대한 문제점과 인도개발자들의 성장에 대한 글이었다. 이 기사에서 주장했던 바는 개발자가 아닌 설계자(Designer, Architect)라는 형태로 그 능력을 바뀌어야만 살아남을수 있다는게 요지였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발자라는 말이 거의 주종을 이루고 있고, 일부 엔지니어라는 단어들이 종종 사용되고 있는 수준이다. 아키텍트? 없다. 미국에서도 이정도 실력을 가진 사람은 손가락에 꼽는다고 한다.


왜 이럴까?


우리나라 개발자 기반이 얅기도 하거니와, 중간에 관리직종으로 이탈하는 개발자가 많은 것이 핵심 이유이다. 개발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그때부터 실력을 높이면서 분석이나 설계쪽 역량이 발전해야 되는데 그럴 기회를 주지 않느다.


혹자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식집약적 산업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노동 집약적 산업이다. SI 사업을 기반으로 구축된 국내 산업은 개발자를 머리수로 측정하고,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10년정도 개발자가 되면 고급개발자로 분류되는데 비싸게 주고 이런 개발자를 고용하지 않는다.


10년정도 되면 고민하게 된다. 관리자나 기술영업직으로 옮겨야 되나? 옮길 수 밖에 없다.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흰머리 개발자로 살아 남을 수 있는 회사는 SI 업체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된다. SI 업체가 대부분인 국내 기업은 그래서 개발자 경력이 10년 전후로 끝이 난다. 


다행히 개발에 계속 몸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외주로 사는 한, 실력이 늘지 않는다. 외주인력은 그냥 코더를 고용할 분이기 때문에 실력 향상이란 있을 수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개발자로 겨우겨우 연명하는 시점이 오는데, 더 나쁜 것은 나이가 들어갈 수록, 부리는 입장에서는 거북하다는 것이다. 


일을 시키는 회사의 직원 입장에서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마구 부리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3~7년정도 개발자가 SI 시장에서는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다. 수요가 없다보니 가격은 어느 선에서 정체된다. 10년 이상되면 개발자로서는 연봉 정체기로 접어들기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전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고급 개발자로 살아가더라도 모두가 아키텍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도 타고나야 하는 것인데, 개발자들을 알 것이다. 가끔 동료중에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저건 타고나는 것이지 공부해서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


피라미드 알지 않는가? 받쳐주는 사람이 넓고 많을수록 피라미드가 높게 올라간다. 그런데 10년차이상 개발자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이다보니 답이 없다.


개발자 저변도 그 폭이 좁다. 아니 있기는 한데 몽땅 SI에 몰려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한계는 엔지니어까지가 그 끝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도 아키텍트가 나올려면 자바같은 언어를 설계하거나 비쥬얼스튜디어같은 개발툴같은 하나의 전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들이 많아져야 설계하는 능력을 향상시킬수 있다.


SI만 해서는 그 수준이 엔지니어 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게임쪽 시장이 커지면서 게임을 통해서 진정한 설계를 조금씩 경험해보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럼 이 시점에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꺽여나가지 않고 나름대로 살아남아서 후배들이 밟고 지날갈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 선배들이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 그 길을 우리가 가는 것이다.


언제 진정한 설계자 등급이 나타나고, 개발자들도 비전을 가지면서 생활할수 있는 시기가 언제 도래할지는 알수가 없지만, 개발자의 최종 목표는 설계자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없는 모델이기 때문에 책도 많이 보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다행인가? 치킨집보다는 그래도 도달하고 싶은 꿈이지 않는가?


우리나라도 비쥬얼스튜디오나 스타크래프트같은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 낼수 있는 최고설계자가 나타날 그날을 기대해 본다.


< 아래는 2014년 8월 23일에 추가함 >


개발자 인력풀이 오히려 더 얇아지고 있다. 개발자 기피현상이 만연하다. 그나마 남아있는 개발자들은 직종 자체를 바꾸거나, 관리자로 변해버린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 되어버렸다. 기술을 좀 아는 관리자?


뒤늦게 초등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겠다고 난리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게 소용이 있을까?


그나마 백발의 개발자를 보유하는게 목표인 회사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는게 위안이랄까? 


- 출처 : 자작

- 최초 작성일 : 2004년 6월 14일

- 최종 수정일 : 2014년 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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