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과장의 위치



직장생활 10년차!


가진건 몸뚱아리라 그저 몸으로 때우던 신입사원 시절을 거쳐서, 주임때는 내가 말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귀기울여주는 맛에 살았고, 대리가 되서는 내가 제일 잘난 줄 착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과장급의 팀장이다.(2003년) 대기업으로 치면 낼모레 차장급이된다. 사실 팀장이래봐야 밑에 개발자 몇 명 달랑 있는 상태지만서도 운영하고 있는 서버만 20 대가 넘고, 한때 대국민 서비스가 3개까지 있었던 책임 막중한 자리다.


내가 처음 과장이 되던날(한 2년 됐을거다.) 실장님(대기업 부장급) 중 한분이 이런 말을 하는 바람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그때 들은 충격적인 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더라.


"이제 우리편이 된것을 축하합니다."


헉, 우리편이라니......


생각해보니 과장급은 노동조합에 가입도 못하는 노사 구분시에 사로 구분되어 타도해야할 관리자 직급인 것이었다. 이런 이런, 내가 신입사원때 그렇게 높게만 보이던 과장이라니! 주임, 대리때 골통짓하는 과장을 보면서 내 죽어도 저리 되지는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바로 그 과장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글을 읽는 노측은 나는 언제 과장되구 팀장되나 하겠지만, 이 직급이 되도 내맘대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고, 오히려 실장과 사원들 사이에 낑겨서 위아래로 눈치보느라 피곤한 자리더라.


눈치보지 않는것 같은가? 허허 이거 왜이러시나. 진짜라니까. 사실 윗사람 눈치보는 것은 그래도 이해가 가리라. 그럼 아래사람 눈치보는건? 말 마소. 훨씬 훠얼씬 더 심하다. 이해가 안간다구? 그럼 나중에 함 당해보시라. 장난아니다.


나도 사원때는 (물론 신입사원때 빼구서리) 과장급한테 많이 개겼다. "못하겠다, 안된다, 배째라" 식이었다. 멍청한 과장들은 그런가보다 하구 한발씩 물러서더라. 당연히 실무는 내가 더 잘 알았고, 실제 일도 내가 하는 것이었기에 그 때 위의 과장급들을 많이 몰아세우기도 했다.


지금은 입장이 바뀌어서 보니, 가관이 아니다.


아주 간단한 예가 있는데, 사원들은 회사가 뭐 이러냐 식으로 나오는데, 생각해보라 회사가 실체가 있는가? 사실 사원들한테는 과장이 회사다. 과장들은 그 위에 부장이나 실장이 회사고, 이사들은 대표이사가 회사라고 생각하는 거다.


사원들이 회사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나에게 대들때는 가끔 머리속이 멍해진다. 아 이런 제길, 나두 어릴 때 멋모르고 저런 쓸데없는 짓을 많이도 했구나. 아이구 민망해라.


생각해보면 참으로 웃기는 얘기다. 같이 회사를 욕하는 일도 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장이 혼자 회사일을 다 못하니깐 이사도 뽑고, 팀장도 만들고, 대리,주임들도 뽑아서 사장이 할 일을 대신 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지가 회사인 건데, 끼리끼리 모여서 회사 욕한답시고 지얼굴에 침뱉더라.


역지사지라고, 남의 입장에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저런식으로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직 어려서 그렇지 뭐 하구 그냥 웃어넘긴다. 과장들을 보기좋게 이겼다구 생각하나? 천만에 단언하건데 져준거다. 그사람들도 다 신입부터 닳고 닳았다.


그런데, 인간은 단순하다. 나는 오늘도 실장급에게 개겨서, 이겼다고 생각하고서는 뒤돌아서서 아차 싶다. 나는 또 내손으로 내얼굴에 침뱉기를 열심히 했다.


아 ~ 정녕 나는 새의 자손이더냐?


< 아래는 2014년 8월 30일 추가함 >


이 글을 쓴지도 10년도 더 지났다. 지금은 저렇게 살지 않은 것 같다.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사람이 된거 같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오픈 마인드로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고 전체가 이익일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결국 회사도 잘 되고, 나도 잘 되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


단, 쓰레기 같이 직원들 피 빨아먹는 회사말고......


40대가 되면서 느낀 것은 회사는 고마운 존재라는 점이다. 회사가 있으니 가족도 부양하고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들어 준다. 너무 회사에 아양떨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이 나이 되보시라 느끼는게 달라진다.



- 출처 : 자작

- 최초 작성일 : 2003년 11월 21일

- 최종 수정일 : 2014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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