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글



나에게도 가진 건 몸뚱아리 뿐인 신입사원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그시절에는 그냥 열심히 열심히 하면 됐고, 나혼자만 잘해도 칭찬을 받던 정말 단순한 시절이었다.


사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뭘 할줄 알겠는가? 대학 다닐때 술이나 퍼마시고, 다 컷다고 담배나 꼬나물줄 알았지 지 앞가림이나 제대로 할줄 아는 상태인가 말이다.


너무 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10년이 흘러서 신입사원을 뽑고,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보니 이 정도로 말하는 것도 약한 편이다. 도대체 지금 당장의 상황만 봐서는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회사나 팀장 입장에서 보면 신입사원을 받아들이는 것이 엄청난 부담이다. 대기업들은 앞으로 신입사원 연봉으로 2600만원을 준다던데, 2400만원만 잡아도 월급이 200만원이라는 얘기다. 그거 외에 의보, 산재, 퇴직금 쌓고 보너스주고, PC사주고 책상주고 등등 부대비용도 엄청나게 발생하게 된다.


막말로 복사나 하고 채팅이나 하다 땡치면 사라지고, 웹서핑이나 하는 월 200만원짜리 알바다.


회사가 미치지 않고서야 단순노무직으로 사원을 채용해서 월급줄리 만무하다. 분명 이유가 있다.


지금 말하는 것은 10년짜리가 본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내용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봐주기 바란다.


IT사내강사할때 후배사원들, 특히 신입사원들에게 많이 해주던 세가지 말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공부하라는것.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야구선수는 몸이 곧 재산이고, 개발자는 머리가 곧 재산이다. 머리에 투자하지 못하면 계속 몸으로 때우는 피곤한 인생이 될 것이다.


월급의 10%로는 안되더라도 한달에 책은 꼭 1권은 돈주고 사라. 책 안보는 인간이 의외로 많다. 허구헛날 밤새면서 일에 치인다고 저녁에 밤참만 챙기면 똥배는 나오지 머리는 비지 나이는 먹지, 시간이 갈수록 바보가 되어간다.


선배들에게 들은 말중에 잊지못하는 말중 하나는 신입사원때 2~3년 배워서 평생 욹어먹는다드라. 결혼하고 애 생기면 공부는 진짜 남 얘기다. 평소에 공부해두라.


지금 너무너무 바쁘다는 사람, 시간 생긴다고 공부하겠는가? 아무리 바빠도 공부하는 넘은 한다. 그게 1년이 쌓이고 5년이 쌓이고 10년이 되면 더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로 벌어지게 된다.


잊지말라.


두번째는 신입사원으로서의 기본을 지키라는 것이다. 칼퇴근? 좋은 얘기다. 그러나, 선배들은 밤새고 있는데 자기만 칼퇴근하는 넘은 후배가 아니다. 당장 책상을 날라야 하는데 지원자! 했을때 발딱 일어나라.


군대생활 해본 남자들은 알리라. 신입사원은 곧 신병이다. 그때 했던 일들을 기억하라. 회사에서 그렇게 했을때 자기에게 불리한것이 하나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안해도 좋지만, 다 좋을거라는 사람은 무조건 해보라.


자기 자리 청소하는 날이라고 지자리만 쏙 청소하기보다는 먼저 공용장소인 회의실을 청소하고나서 늦게라도 남아서 자기자리 청소하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 가짐이 있는 사람은 뭘해도 성공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 주변에도 있지 않은가. 저 넘은 뭘시켜도 믿음이 가는 넘이 있고, 반대로 뭘 시켜도 불안한 넘들 말이다. 그런 인상은 이런 사소한 일들이 쌓여서 생기는 그사람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뭐든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생활하라. 회사에 맨날 바쁘면 바쁜데로, 일이 없으면 일이 없는데로 다 배울게 있고,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불평불만만 토로하는 사이에 어떻게 하면 좀더 좋아지게 될지 고민하고 해결해 가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에 100점, 1000점을 준다.


사실 나중에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어가면서 느끼게 되겠지만, 문제없는 프로젝트없다.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지 불평만 해서는 시말서밖에 쓸게 없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항상 준비하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지금 당장 엉뚱한 일을 시킨다고 해서 날름 때려치거나, 선배나 관리자에게 대들어봐야 득될게 하나도 없다. 그 일을 하고 싶다면 평소에 준비를 해두라.


회사 생활 한달 두달만 할거라면 관계없지만 어차피 길게보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 시킨일 자알 해내면 더 좋은 일, 더 비중있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며, 그러다 보면 나에게 딱맞는 일도 찾을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러면 언젠가는 준비한 것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 중국에 가고 싶다면 중국어를 배워야 갈수 있는거구, Network Solution을 개발하고 싶다면 그에 대해 공부를 해둬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복권에 당첨되고 싶은가? 그럼 일단 복권부터 사라.




신입사원들이여 패기와 열정으로 회사에 젊은 피를 공급해서 살아나게 할 지어다.


신입사원 만세!


- 출처 : 자작

- 최초 작성일 : 2004년 1월 14일

- 최종 수정일 : 2014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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